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36·알펜시아)이 한국 선수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이승훈은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서 정재원(의정부시청), 박상언(한국체대)과 함께 3분47초99의 기록으로 중국(3분45초94)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이 메달로 한국 선수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신기록을 수립했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과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한 이승훈은 쇼트트랙 김동성(금3·은3·동2)과 함께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공동 1위를 달리다가 이 종목 메달 추가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승훈은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기적 같은 성과를 내면서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했다. 쇼트트랙 유망주였던 이승훈은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약 1년 앞둔 2009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놓치자 과감한 결정을 했다. 전향 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 은메달, 남자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꼽히던 남자 장거리에서 얻은 성과라 더욱 의미 있었다.
그는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열린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한국 빙상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남자 5000m, 남자 1만m, 남자 팀 추월, 매스스타트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 최초로 동계 아시안게임 4관왕에 올랐다. 쇼트트랙 선수들을 포함해 그 누구도 거두지 못한 성과였다.
평창 올림픽에선 남자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후배들과 출전한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뽐내며 한국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선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4개 대회 연속 메달 금자탑을 쌓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감동의 은빛질주를 보이며 마지막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이승훈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승훈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내년에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마지막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김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