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나성범. 스포츠동아DB
“아직은 그냥 4번째 타자라고 해주세요”
KIA 타이거즈 나성범(36)은 올 시즌 실전 점검을 동료들보다 다소 늦게 시작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훈련량을 매우 중시하는 그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도중 치른 국내외 팀들과 연습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일이었던 8일에야 처음 실전에 나섰다.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4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전해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첫 출전에선 큰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1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나성범을 선발 라인업에 올릴 때마다 계속 4번타자의 중책을 맡겼다. 최형우, 패트릭 위즈덤 등 4번타자 후보는 여럿이지만, 이 감독의 선택은 늘 나성범이다.
나성범은 13일 두산전에도 4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전했다. 3회초 선제 1타점 중전적시타를 때리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의 4-1 승리에 일조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도 우전안타를 뽑는 등 멀티히트 활약으로 4번타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나성범은 경기 후 ‘계속 4번타자로 중용되는 것’에 관해 묻자 “아직은 그냥 4번째 타자라고 해달라”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경기에 나갈 때마다 계속 4번을 치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믿고 내보내주셔서 그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 어떤 타순을 소화하든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선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KIA 나성범(왼쪽)이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두산전 3회초 선제 1타점 중전적시타를 친 뒤 1루에서 보호장비를 벗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새 시즌 준비 과정은 순조롭다. 나성범은 “생각보다 공도 잘 보이고, 컨디션도 괜찮다. ‘정규시즌 개막이 빨리 다가왔으면’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많은 경기에 나가야 심적으로 편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 그렇게 할 필요가 없더라. 나에게 필요한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캠프에선 실전에 안 나가고 훈련에만 더 매진했다”고 덧붙였다.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거포지만, 장타는 의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성범은 “매 시즌 장타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 적은 한 번도 없다. 치다 보면 나오는 게 장타다. 나는 오직 정확하게 타격하는 것만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욕심만 안 부리면 된다. 좋아하는 코스로 들어오는, 내가 잘 칠 수 있는 공만 치자는 생각이다. 지난해에는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을 코스로 들어온 공에 배트가 나간 경우가 많았다. 그것만 잘 참고, 선택을 잘하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편 이날 선발등판한 KIA 새 외국인투수 아담 올러는 4이닝 2안타 3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범호 감독은 “올러의 구위는 물론 변화구 컨트롤도 좋아 보인다. 정규시즌이 기대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잠실|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