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이달 3일(한국시간) UEFA 총회에서 올여름 미국에서 열릴 클럽월드컵을 향한 헌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FIFA 홈페이지

‘10억 달러’ 돈잔치에도 공감 얻지 못하는 클럽월드컵…“리그 지속가능성 저해, 선수 혹사 우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이달 3일(한국시간) UEFA 총회에서 올여름 미국에서 열릴 클럽월드컵을 향한 헌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FIFA 홈페이지

사상 최대 규모의 클럽월드컵이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축구계의 비판과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올여름 미국에서 펼쳐질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은 기존 대회와 크게 달라졌다. 애초 6개 대륙의 최상위 클럽대항전 우승팀만이 겨루는 대회였지만, 올해부터 참가팀이 32개로 대폭 늘었다. 개최주기도 1년에서 4년으로 바꿔 ‘월드컵다운’ 희소성을 더했다. 대대적으로 개편한 첫 클럽월드컵은 6월 15일부터 7월 13일까지 미국 내 12개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상금도 어마어마하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10억 달러(약 1조4288억 원)으로, 2022카타르월드컵의 4억4000만 달러(약 6285억4000만 원)보다 2배 이상 많다. 우승팀에는 무려 1억2500만 달러(약 1786억 원)가 주어진다.

FIFA의 ‘야심작’이지만, 축구계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유럽리그들의 불만이 거세다. 유럽프로축구리그협회는 11일(한국시간) 이사회를 열어 클럽월드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클라우디우스 셰퍼 회장은 “클럽월드컵은 세계 모든 프로축구리그에 이익을 가져다줘야 한다. 하지만 이 대회가 축구계에 실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FIFA에 클럽월드컵 진행을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유럽프로축구리그협회는 클럽월드컵에 걸려있는 천문학적인 상금이 오히려 축구계에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클럽월드컵에 출전하는 팀들은 FIFA로부터 엄청난 상금과 홍보 효과를 보장 받는데,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팀들은 재정이나 명성에서 뒤처지게 돼 클럽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셰퍼 회장은 “FIFA가 팀들의 균형 발전이라는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 클럽월드컵이 고착화되면, 같은 리그 안에서 부유한 팀들은 계속 부유해지고, 가난한 팀들은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 이는 프로리그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화두는 빡빡한 일정이다. 추춘제를 시행하는 대다수 유럽리그에서 클럽월드컵에 참여하는 팀들은 시즌이 끝난 뒤 짧은 휴식 후 곧장 클럽월드컵에 참가해야 한다. 이는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높이고, 경기력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선수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프로축구선수협회는 클럽월드컵 개편안이 결정된 2023년 6월부터 꾸준히 “클럽월드컵은 선수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회”라며 일정 조정을 요청해왔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이달 초 “클럽월드컵은 말도 안되는 대회”라며 “1년 동안 치러지는 경기 수가 지금도 너무 많다. 경기수 축소에 대해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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