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모따(뒤)가 16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2025시즌 K리그1 개막전 원정경기 후반 추가시간 상대 수비수의 집중 견제를 피해 결승 헤더골을 터트리고 있다. 울산|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대이변이다. 승격팀이 디펜딩 챔피언을 잡았다. K리그1 첫 승점 정도로는 충분치 않았다. 기어이 승점 3을 온전히 쟁취했다.
FC안양은 16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울산 HD를 1-0으로 꺾었다. 후반 46분 터진 ‘삼바 킬러’ 모따의 헤더골로 대어를 낚았다.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2013년 창단 후 처음 K리그1 승격에 성공한 안양으로선 기대 이상의 성과다. 승점만 챙겨도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던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흔들릴지언정 휘둘리진 않겠다”는 다부진 출사표를 던진 유병훈 안양 감독은 경기 후 “힘겨운 과정을 넘기고 이겼다. 자신감을 얻은 계기”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안양은 모든 지표에서 밀렸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차를 의식해 ‘선수비-후역습’이란 분명한 전략을 고수한 결과일 뿐이다. 안양은 울산에 15개의 슛을 내주고, 볼 점유율에선 34대66(%)으로 밀렸다. APT(실제 플레잉타임) 역시 20분50초(울산 41분13초)에 그치는 등 고전했으나, 꼬리를 내리진 않았다.
패기, 열정, 의지에선 오히려 앞섰다. 특히 토마스-이창용이 중심을 이룬 수비진이 온몸을 던지며 호화 라인업을 구축한 울산의 파상공세를 막았다. 안양 수비진은 지난 시즌 K리그2 정규리그 36경기에서 최소인 36실점으로 승격에 앞장선 바 있다.
유 감독은 “우선순위는 미드필드 싸움이었다. 중원에서 잘 버티면 할 수 있다고 봤다. 공격도 필요했으나, 승리를 위해선 수비에 무게를 줘야 했다”며 “찬스는 내줘도 볼을 최대한 차단하고, 서로의 커버 플레이로 막는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복기했다.
후반 37분 울산 골잡이 야고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숱한 위기를 잘 버티자, 기회가 왔다. 천안시티FC 소속으로 16골을 터트리며 2024시즌 K리그2 득점왕에 올랐던 모따가 한순간의 기회를 잘 살렸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야고가 왼쪽에서 띄운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었다.
가장 경계했던 모따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대이변의 제물이 된 김판곤 울산 감독은 “결정력 부족이라는 걱정이 그대로 나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모따는 “쉽지 않은 경기를 예상했고, 긴장도 많이 했다. 준비한 역습 전개가 마지막에 주어졌다”며 기뻐했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