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서울 이랜드의 K리그 승강 PO 2차전이 열린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절박함과 희망, 쓰라린 좌절과 안도의 한숨이 교차했다. 전주|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리그1 우승의 향방이 걸린 빅매치나 코리아컵 결승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카드섹션이 ‘전주성’에 등장했다. 전북 현대를 상징하는 녹색과 검은색, 흰색이 조화를 이룬 문구는 짧고 강렬했다. ‘필승!’
K리그 최다 우승(9회)을 자랑하는 전북은 올 시즌 K리그1 12개 팀 중 가장 긴 시즌을 보냈다.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에 참가한 영향도 있으나, 결국은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르는 신세로 전락한 탓이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색하나마 웃을 수 있었다.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서울 이랜드FC와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PO 2차전에서 2-1로 이겨 1·2차전 합계 전적 2승(스코어 4-2)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전북이 강등 문턱까지 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낯설어도 현실이었다. 시즌 내내 하향세를 그린 전북은 파이널B 추락도 모자라 10위로 ‘겨울축구’ 중에서도 끝판전쟁에까지 참전했다. 연간 운영비 500억 원대, 선수 몸값 200억 원대(2023년 기준)의 매머드 클럽임에도 승부의 세계에서 때로는 돈과 규모가 성과를 보장하진 않는다는 새로운 진리를 확인했다.
올해 리그 20번째 홈경기를 준비한 전북 임직원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나, 속은 타들어갔다. 연신 담배를 물고 불편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이들도 적잖았다. 좋지 못한 시즌 홈 승률도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전북은 리그 19차례 홈경기에서 6승(8무5패)에 그쳤다.
이미 밑바닥인데, 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부담이 모두를 짓눌렀다. 1일 원정 1차전에서 2-1로 이겨 생존에 좀 더 가까워졌으나, 김두현 감독은 “독이 될 수 있다”며 방심을 경계했다. 0-1로 끌려가다 역전승해 잔류했으나, 만족감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인 3만여 홈팬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김두현 나가’라는 걸개를 들어 보이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원정팀은 달랐다. 창단 10주년을 맞아 K리그1 첫 승격의 문턱에 선 서울 이랜드는 새로운 경험이자, 희망의 축제였다. 수원FC 시절 승격과 잔류를 모두 이끈 김도균 서울 이랜드 감독은 “걱정이 아닌 기대를 품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대다수 원정 팬에게도 전주성은 처음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구단이 지원한 전세 버스 7대에 타고 내려온 300여 명과 개인 이동을 택한 1000여 명이 합심해 전주성의 거대한 녹색 물결과 싸웠다. 한 원정 팬은 “꿈만 같다”며 흐뭇해했다. 아쉽게 목표를 이루진 못했으나, 후회 없이 싸운 서울 이랜드는 박수를 받을 만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