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6년만에 세계 최정상급 스켈레톤 선수들이 평창에 집결한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스켈레톤 월드컵 대회가 2017년 이후 7년만에 평창에서 열리게 되면서 대한 연맹은 ‘아시아 썰매’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대회인 만큼 반드시 성공리에 개최하겠다는 각오다.
2024-2025 시즌 IBSF 스켈레톤 월드컵 1차 대회는 16∼17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다. 이틀간 오후 4시에 여자부, 오후 8시에 남자부 경기가 시작된다. IBSF 월드컵은 한 시즌에 걸쳐 열리는 최고 권위의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회다. 특히 올해 대회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1년여 앞두고 열리는 만큼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집결해 올림픽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시즌 성적은 올림픽 티켓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다음 시즌 월드컵에서 ‘앞순위’로 레이스를 소화할 수 있다. 조인호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은 “기후 온난화로 레이스 후반으로 갈수록 트랙에 성에가 끼는 현상이 심해지는 터라 앞순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게 최근의 흐름”이라고 전했다.
한국 대표팀은 동계스포츠의 중심지 강원특별자치도 출신·소속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남자 대표팀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6위를 기록했던 ‘베테랑’ 김지수(강원도청)와 신예 심형준(가톨릭관동대)이 출격한다. 특히 김지수는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기량을 유지하고 있고 누구보다 평창 트랙에 익숙한 만큼 메달권 성적이 기대된다. 심형준은 2023-2024시즌 북아메리카컵 남자 5, 6차 대회에서 우승, 한단계 위인 월드컵 무대에서도 포디움에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쉽게도 ‘에이스’ 정승기(강원도청)는 허리 부상으로 불참한다. 여자 대표팀에서는 올 시즌 대표 선발전 1위를 한 홍수정(한국체대)이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평창 월드컵에서 금빛 질주에 도전한다. 남자부에서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크리스토퍼 그로티어(독일)가 주목받고 있다. 그로티어는 2017년 당시 평창에서 열린 월드컵과 이듬해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인터콘티넨털컵에 모두 출전해 평창 트랙 경험이 많은 선수다. 대항마로는 지난 시즌 월드컵 랭킹 1위인 매트 웨스턴(영국)도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웨스턴은 평창 트랙 경험이 없어 대회 직전 공식 연습기간에 트랙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여자부에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한나 데이즈(독일), 지난 시즌 월드컵 1위 킴벌리 보스(네덜란드), 2위 킴 메일레만스(벨기에) 등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편 이번 대회는 평창 올림픽 레거시에서 열리는 데다 향후 월드컵 아시아대회 유치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무대다. 그동안 월드컵 경기가 유럽과 북미에서만 열리며 유럽 선수 중심으로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졌다. 하지만 IBSF가 봅슬레이·스켈레톤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한국과 중국은 각각 평창과 옌칭의 올림픽 유산을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어 이번 대회가 성공개최될 경우 ‘아시아 시즌’이 정립될 수 있다. 현재 올 시즌 월드컵 1∼2차 대회는 평창, 3차 대회는 중국 옌칭에서 열린다. 아쉬운 점은 장비 운송 문제 때문에 봅슬레이경기가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가 성공하고 봅슬레이 경기가 열리게 되면 강원도가 한국 썰매, 나아가 아시아 현지훈련지, 국제대회 개최지로 급부상할 수 있다.
김호석 kimhs86@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