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왼쪽)과 SSG 김광현이 실속 있는 투구로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둘은 올 시즌 WHIP, 9이닝당 탈삼진 부문에서 전성기 못지 않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류현진(38·한화 이글스), 김광현(37·SSG 랜더스)이 실속 있는 투구로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4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무패, 평균자책점(ERA) 2.35로 활약했다. 똑같이 4경기에 나선 김광현은 1승1패, ERA 2.08로 역투했다. 다만, 둘 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도 2차례나 승패 없이 물러났다. 김광현은 시즌 첫 등판인 지난달 23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부터 매 경기 5이닝 이상 2실점 이하로 제 몫을 하고도 단 1승에 그쳤다.
승수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지표일 뿐이다. 둘의 투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류현진은 이닝당 출루허용(WHIP)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올 시즌 WHIP는 0.91로, 규정이닝을 채운 31명 중 4위다. 기록만 보면 2006년 데뷔 이래 가장 낮은 WHIP를 기록한 2010년(1.01)보다 낮다. 피안타율이 0.214로 낮기도 하나, 23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이 단 3개밖에 되지 않는 영향이 무척 크다.
류현진은 국내 복귀 첫해인 지난해 28경기에서 10승8패, ERA 3.87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단, 메이저리그(MLB)를 호령하던 자신의 기준에는 성적이 미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에 중도 합류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준비가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3~4월에는 기복도 잦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캠프 출발부터 함께하며 온전히 준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초반 성적도 뒤따르고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류)현진이는 내가 따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착실히 준비하는 선수”라고 신뢰하는 이유가 있다.
김광현도 투구 내용이 좋다. 눈에 띄는 지표는 9이닝당 탈삼진이다. 올 시즌 9.55개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9위다. 김광현은 10위권에 외국인투수가 7명으로 즐비한 가운데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개인통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2018년(8.60개)을 앞선다. 당시와 비교해 직구의 평균 구속 저하(147.3㎞→145.2㎞)가 있었음에도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를 적시에 활용하며 타자를 요리했다. 아울러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에 완벽히 적응한 영향도 크다. 지난해 부진(31경기·ERA 4.93)을 씻어낼 조짐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