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정정용 감독의 가장 큰 보람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김천에서 한 단계 성장한 선임들의 사례를 들어 선수들의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1년 6개월간 동고동락한 제자가 성장한 모습을 볼 때 지도자로서 가장 뿌듯하죠.”
정정용 감독(56)은 김천 상무에서 한 뼘 더 발전한 여러 선수의 사례를 지켜봤다. 2023년 김천에 입대한 골키퍼 김준홍은 생애 처음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뒤 지난해 7월 전역해 이번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DC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또 같은 달 전역한 공격수 이영준도 그라스호퍼(스위스) 유니폼을 입고 유럽 무대에 섰다.
정 감독의 육성 능력은 오랜 기간 어린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2008년 14세 이하(U-14)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해 U-17 대표팀, U-23 대표팀 코치를 지냈고, 2019년에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한 유망주들과 함께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정 감독은 2020년 K리그2 서울 이랜드 지휘봉을 잡고 프로 사령탑에 데뷔했다. 2023년부터는 김천을 이끌고 있다. 시즌 도중 부임했음에도 팀 분위기를 다잡아 K리그2를 제패한 뒤 지난해 K리그1에선 3위를 차지했다. 입대와 전역이 반복돼 선수단 운영이 쉽지 않은 군팀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호성적을 거뒀다.
선수들의 성장은 정 감독의 큰 보람이다. “(김)준홍이는 지난달 미국 무대로 간 뒤 연락을 주고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으로 이적한 (원)두재한테도 연락이 왔다. 둘은 이제 군 복무를 마쳤으니, 경력에도 신경 쓸 것이 없지 않겠나. 선수로서 한 번쯤은 외국에서 도전하는 게 좋다고 본다”며 “1년 6개월 동안 동고동락한 제자가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게 지도자로서 가장 뿌듯한 일 아니겠나”고 웃었다.
선임들은 현재 선수들에게 좋은 롤모델이다. 정 감독은 “김천 선수들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겠나. 더욱이 원소속팀이 따로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곳에 소속감도 약할 수 있다”며 “그러나 개인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뛰길 바란다. 전역하고 더 잘된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앞으로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이를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