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이 선수단 건강 문제를 이유로 1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울산과 ACLE 리그 스테이지 경기를 불과 2시간 앞두고 보이콧해 파문이 일고 있다. 울산은 각종 채널로 경기 취소를 알리는 한편 경기장 전광판에도 관련 문구를 띄웠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산둥 타이산(중국)이 돌연 K리그1 울산 HD와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원정경기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AFC는 19일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산둥이 ACLE 동아시아권역 리그 스테이지 최종전(8차전)에 출전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대회 규정 5조 2항에 따라 산둥의 기권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16강 토너먼트 진출이 유력했던 산둥은 결국 울산전 포기로 허무하게 대회를 마쳤다.
대회 규정에 따르면, 경기 진행을 거부하거나 출전 의사가 없음을 고지한 클럽은 기권 처리된다. 애초 산둥은 이날 오후 7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울산과 대결할 예정이었고, 전날(18일) 사전 기자회견과 공식 훈련까지 모두 소화했다. 하지만 불과 경기 개시 2시간을 남기고 보이콧 입장을 전한 뒤 출국길에 올랐다.
일단 산둥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댔다. “의료진 검사 결과 (선수단에) 심각한 신체적 불편함이 있어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울산과 AFC, 팬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산둥은 이날 오전 내부 입장을 정리한 뒤 AFC에 경기 불참 의사를 전했고, AFC가 “규정상 1경기만 불참할 수 없고, 대회 전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안내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홈팀 울산도 당혹스럽다. 양 팀 팬들이 허탈해진 것은 물론 선수단도 킥오프에 맞춰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울산 측은 “선수들의 식중독(복통)이나 몸살감기 등 건강상 이유를 댈 만한 상황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의문을 표했다.
중국 현지 분위기도 좋지 않다. 자국 축구에 관한 나쁜 선입관을 새삼 되새겨준 산둥에 대한 비난이 가득하다. 심지어 일각에선 ‘정치적 이슈’를 거론한다. 11일 지난에서 열린 광주FC와 리그 스테이지 7차전 홈경기 당시 일부 산둥 팬들이 원정석을 향해 민감한 사진을 들어 보여 논란이 일었다. 광주가 즉각 반발하자, 산둥은 공안 수사를 의뢰하고 유감의 뜻을 전했으나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산둥은 강한 제재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소 5만 달러(약 7200만 원) 이상의 벌금과 한 시즌 이상 국제대회 출전 자격 박탈, 그간 받은 출전 상금 회수 등의 조치가 유력하다. 일부 언론은 산둥뿐만 아니라 중국 슈퍼리그를 향한 철퇴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