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는 새 시즌 리드오프를 맡을 공산이 높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도중 배트를 휘두르고 있는 강백호. 사진제공|KT 위즈
KT 위즈 타선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곳은 테이블세터다. 강백호가 1번, 멜 로하스 주니어가 2번을 맡아서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3일 SSG 랜더스, KIA 타이거즈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이들 2명을 1, 2번 타순에 배치했다. 팀 내 최고 강타자들을 첫 두 타순에 기용한 것이다. 이 감독은 새 시즌 개막 이후에도 이들이 테이블세터를 이루는 게 효과적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감독은 지난해부터 ‘파격’을 주저하지 않았다. 로하스를 선봉에 세운 게 대표적이다. 로하스는 30홈런-100타점을 너끈하게 치는 강타자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강타자는 중심타순에’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실제 효과까지 봤다. 로하스는 새로운 무기로 선구안을 꺼내더니, 출루율 2위(0.421)에 올랐다.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만점 수행하는 것은 물론 상대에게 장타 위협까지 가하는 효과를 냈다. 다만 로하스의 역할이 많아지는 것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싶은 생각에 또 다른 강타자 강백호를 활용해 로하스의 타순을 한 계단 내렸다.
새로운 중심타선의 키플레이어는 허경민이다. 3번을 맡을 공산이 매우 높다. 이 감독은 콘택트 능력에 주목했다. 지난해 허경민의 헛스윙률은 3.1%에 불과했다. 여기에 주자가 있을 때 상대 수비 위치, 주자 상황에 따라 타구의 방향을 고려해 치는 것 또한 그가 3번에 적합한 이유다. 이에 더해 한 방이 있고 클러치 능력이 좋은 장성우와 문상철이 타점을 내는 방식으로 중심타선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위타선의 콘셉트 또한 뚜렷하다. 빠르고 정확도가 높은 타자를 연속으로 배치해 사실상 테이블세터와 같은 효과를 누리겠다는 계획이다. 배정대, 오윤석, 천성호, 김상수 등이 타순의 연결을 도울 적임자다. 이들이 출루해 누상을 휘젓는 그림이 이상적이다. 이후 강백호와 로하스가 밥상을 떠먹는 것 또한 가능하다. 이 감독은 연습경기 기간 배정대를 7번, 오윤석과 천성호를 8번, 김상수를 9번에 배치했다. 상대가 이들의 빠른 발을 의식하면 후속타자가 좀 더 유리하게 수싸움을 하는 것 또한 기대할 수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